≪2020 코로나 시대의 바 시험(1)≫ koreanlawyer-americanlawyer.tistory.com/14에서 계속
가장 많이들 쓴다는 프로그램 바브리 Barbri를 결제하고, 2020. 6. 1.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거의 100% 로스쿨생들은 바 시험 준비를 할 때 학원의 힘을 빌린다. 바브리 Barbri, 테미스 Themis, 캐플란 Kaplan, 바맥스 BarMax 같은 회사들이 바 프렙 (Bar Preparation Course) 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는데, 바브리 Barbri가 뭐 거의 독보적이라고 한다. 잘 모르는 나는 그냥 역사가 제일 오래되고 가장 유명하다는 바브리 Barbri를 선택했다.
시간관리
내 하루시간표는 7:30이나 8:00 쯤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아침을 빨리 먹은 다음 9:00 정각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점심과 저녁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는 바브리 Barbri 진도를 따라갔다.
원래 계획은 오후 3-4시까지만 공부하는 거였지만 ... 진도를 따라잡는데 예상치 못하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공부할 때는 뽀모도로 타이머라는 걸 쓰기로 했다. 뽀모도로 타이머는 25분 일하고 5분 쉬고, 다시 25분 일하고 5분 쉬고, 2시간이 지났으면 10분을 쉬는 식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예전 같았으면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했을 텐데, 이젠 나이 들어서 30분 지나면 더 이상 집중을 못하겠다.
난 뽀모도로 공부법의 효과를 많이 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자주 쉬어주는 게 오히려 집중하기에 좋았다. 원래 공부는 고통스러운 거잖아요? 하지만 딱 25분 공부하고, 5분 맘 편히 쉬고, 다시 앉아서 25분 공부하고 또 쉬고, 하는 식으로 공부시간을 좁게 쪼개니까, 공부가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할 일을 시간별로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나는 시간 단위로 할일을 정하고, 그 시간에 배당된 일을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오늘 9시부터 10시까지는 교과서 1쪽부터 4쪽을 읽기로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면 뽀모도로 타이밍에 따라 9:00부터 9:25까지는 1쪽부터 2쪽을, 9:30부터 9:55까지는 3쪽부터 4쪽을 읽는다.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25분 단위에 따라 잘게 잘게 쪼개니까 계획을 달성하는 데 더 가까워졌다.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에도 특히 좋았는데, 그건 역설적으로 25분이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침에 커피도 마시고 싶고 밥도 먹고 싶어도, 일단 9시가 되면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25분은 짧으니까. 25분만 참으면 쉬는 5분 동안 커피도 내리고 요거트라도 먹을 수 있으니까. 1시간 동안 공부해야 했다면, 일단 커피부터 마시고 공부 시작했을 거다.
그렇게 자주 일어나면 공부 흐름이 끊기는 거 아닌가요? 바로 그런 이유에서 뽀모도로 공부법을 안쓰는 사람도 있다. 한번 몰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문을 하는 사람. 그런데 바 시험은 한 이슈에 도달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분야인 것 같다. 워낙 교과서 구성과 목차가 잘 되어 있어서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으로 빨리 좁혀들어갈 수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신기하게도, 바 시험에서는 큰 그림보다는 작은 그림이 중요할 때가 많다. 가장 큰 비중(50%)을 차지하는 MBE(선택형)와 그 다음 비중(30%)을 차지하는 MEE(논술형)는 아주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다. 딱 한 가지 이슈, 즉 교과서를 다시 찾아보면 구석에서 한 단락에만 등장하는 바로 그 부분,을 묻는다. 모든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이해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문제를 충분히 맞출 수가 있다. 그래서 설사 공부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집에서 공부하는 건, 시간을 잘 쓰는 데 아주 도움이 많이 됐다. 난 원래 도서관 파라서, 집에서 공부해야만 하는 이 코로나의 시대가 처음엔 마뜩치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정말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판데믹 전에는, 7시에 일어나서 헬스에 운동하러 갔다가 돌아와 씻고 아침 먹고 학교에 가면 아무리 빨라도 벌써 10시였다. 너무 졸려서 집에 가서 자고 다시 도서관으로 오면 벌써 2-3시간은 지나 있다. 커피 마시러 카페라도 갔다올라 치면 벌써 30분은 쓴다. 하지만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상황이 오니, 그 버리는 시간이 모두 사라졌다. 커피를 마시려면 5초 걸어서 부엌으로 가면 되고, 낮잠이 자고 싶으면 바로 옆 소파에 누우면 된다. 판데믹이, 오히려 나에게는 공부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바 시험에 관해서는 여기에서계속 koreanlawyer-americanlawyer.tistory.com/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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