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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이 궁금해

로펌 변호사가 리뷰하는 드라마, ‘하이에나' - 재벌아들의 이혼소송

로펌 변호사가 리뷰하는 드라마. ‘하이에나' - 송&김의 에이스

직업이 직업이라서 법정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관찰을 하게 된다. 내가 잘 몰랐던 걸 알게 되거나 소문으로만 들었던 얘기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거나. 대부분은 아, 이건 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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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계속 

 

 

 

 

 

2회 같지만 아직 1회인 '하이에나'

 

 

 

 

 

송&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는 붉은 양복 = 이슘 홀딩스의 하찬호 대표.

 

 

 

 

 

마석구 변호사(오른쪽)가 하찬호에게 주지훈의 스펙을 설명함. 주지훈을 눈여겨보는 붉은 양복.

 

 

 

 

 

마석구가 갑자기 주지훈(윤희재 역)에게 이슘 사건을 맡으라 함.

 

 

 

 

 

원래 이슘 담당 변호사는 마석구 사단인데, 하찬호 대표가 윤희재를 맘에 들어했는지 윤희재를 이슘 사건에 투입시키라 한 것임. 

 

 

 

 

 

중요한 고객이니 일 잘하라고 함.

 

 

 

 

드라마에서 이슘이라는 회사는 재벌급 되는 큰 회사로, 마치 송&김이 이슘의 모든 사건을 도맡아서 처리하는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정도 대기업은 대체로 로펌 한 곳만을 쓰진 않는다. 삼성이든 현대든 어디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요 로펌들에게 의뢰해서 얼마에 사건 처리를 해줄 건지, 그 로펌의 사건 해결전략은 뭔지, 어느 변호사를 투입시킬 건지 견적부터 뽑는다. 견적서를 받아봐서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로펌을 골라 그때그때 사건을 맡기지, 그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일관되게 한 로펌에만 맡기는 일은 잘 없다. 

 

일종의 로펌 쇼핑을 하는 것인데, 예전에 사내 법무팀이 따로 없던 시절에는 단골 로펌-단골 기업과 같이 배타적인 비즈니스 관계가 가능하긴 했다고 한다. 마치 이슘 홀딩스 지주회사와 그 계열회사는 모두 송&김에게만 사건을 의뢰하고, 이슘의 라이벌 회사는 송&김의 라이벌 로펌에만 사건을 의뢰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안에 법무팀이 생겼기 때문에 특정한 사건에서 어느 로펌이 싸고 양질의 견적서를 내놓는지 식별할 안목이 생겼고, 그래서 개별 사건마다 맘에 드는 로펌을 골라 사건을 의뢰하게 되었다. 

 

로펌 입장에서는, (드라마에서 마석구 변호사가 말했듯이) 대기업들이 여전히 중요한 고객인 것은 맞다. 기업이 클 수록 사건도 많이 생겨 로펌이 따올 일감도 많아지고, 여느 개인 고객들처럼 수임료를 안주는 경우도 기업 고객에겐 없다. 무엇보다 사건 규모 자체가 커서 단가가 세고. 그래서 로펌은 그런 대기업 고객을 잘 관리하려고 한다. 평소에 사건을 잘 처리해주어 그 기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차후 사건에서 이 기업이 다시 그 로펌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마석구 변호사는 윤희재에게 '중요한 고객이니 일 잘하라'라고 하는 것이다.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 윤희재 ㅋㅋ

 

 

 

 

 

마석구의 반격: "너가 앞으로 쭉 이슘의 기업사건을 하게 되는 게 아니라."

 

 

 

 

 

"하찬호 대표의 개인 사건 이번 한번에만 투입되는 거란다."

 

 

 

 

 

마석구의 선긋기

 

 

 

 

윤희재는 지지 않음 ㅋㅋ

 

 

 

마석구 변호사는 이슘이라는 큰 고객을 관리해온 파트너 변호사다.

어쏘와 파트너가 뭔지는 여기 koreanlawyer-americanlawyer.tistory.com/10

로펌에 있는 특이한 점심 문화

우리나라 로펌에는 점심총무라는 개념이 있다. 검찰과 법원에도 '밥 총무'라는 유사한 개념이 있는데, 아마도 검찰과 법원에서 옷 벗고 나온 변호사들이 로펌으로 유입되면서 그 문화까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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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쏘는 일종의 피고용인으로서 파트너가 시키는 일을 하고 고정급여를 받는 변호사다. 일한 시간이나 승소한 건수에 비례해서 급여 외에 추가로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보너스 정도고 주된 수입은 고정급여다. 어쏘는 일감을 따와야 하는 (즉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

 

반면 파트너는 고정급여 없이 자기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 실적이란, 얼마나 고객을 로펌에 많이 유치하느냐, 자기 고객이 로펌에게 얼마나 돈을 많이 지불하느냐에 달렸다. 파트너는 바로 그 실적에 따라 로펌으로부터 배당을 받는다. 파트너로서는 배당을 많이 받으려면, 돈 많은 고객을 새로 유치하고 기존의 고객을 딴 데 빼앗기지 않게 잘 관리 (그러니까 영업을) 해야 한다. 

 

이슘은 (SBS 홈페이지에 따르면) 재계 2-3위 정도의 대기업이라고 하므로 로펌에게는 그만한 거물 고객이 없다. 마석구 변호사는 송&김 안에서 단독으로 이슘을 담당해 왔다. 이슘은 송&김의 고객이면서 마석구의 고객이다. 마석구의 수입은 이슘 사건을 계속 수임함으로써 유지되므로, 마석구로서는 절대 딴 파트너에게 이슘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슘 홀딩스의 대표인 하찬호가, 지금까지 이슘 사건을 도맡아 해온 마석구를 제치고 갑자기 윤희재 (주지훈)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겠다고 한다. 마석구로서는 돈 많은 기업 고객을 잘못하다간 파트너인 윤희재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걸 알고 있는 윤희재는 "마 변호사님 괜찮으시겠어요?" 라면서 멕이고 있고, 마석구로서는 "이번 한번만이야" 라면서 윤희재를 경계하고 있는 것.

 

 

 

 

 

정보통인 전석호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줌. (마석구가 반대하는 건 너무 당연...)

 

 

 

 

 

하지만 고객이 콕 집어서 윤희재를 투입시키라고 했으면 어쩔 수 없음.

 

 

 

 

대부분 고객들은 보통 로펌에 사건을 맡길 때, 뫄뫄 변호사를 투입시키라거나 뫄뫄 변호사는 사건에서 빼라거나 하지는 않는다. (5년차 이상 어쏘를 넣어달라거나, 파트너만 쓰라고 할 수는 있다.) 그냥 로펌이 각 변호사들의 스케줄이나 전문성, 연차를 고려해서 적합한 사람을 골라 개별 사건에 투입한다. 고객들은 로펌의 그런 판단을 믿을 뿐이다. 

 

다만 고객이 특정 변호사를 아주 맘에 들어했거나, 특정 변호사와는 사이가 틀어졌다거나 하면 뫄뫄 변호사는 넣고 뫄뫄 변호사는 빼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 돈 주는 사람 마음이므로 로펌으로서도 그런 요구는 들어주려고 한다. 

 

 

 

 

윤희재가 새벽에 빨래하러 왔는데 어떤 여인이 있음. 

 

 

 

 

 

그 분은 김혜수

 

 

 

 

 

윤희재는 김혜수가 자꾸 신경쓰임.

 

 

 

 

 

결국 둘이 사귐 (급속 전개)

 

 

 

 

 

윤희재가 하찬호 대표의 이혼소송 건으로 회의를 하고 있음.

 

 

 

 

하찬호의 이혼사건에서 "피고 이서우"라고 하는 걸 보니, 하찬호가 먼저 와이프 (이름이 이서우인가 봄) 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 같다. 하찬호처럼 재판을 통해 이혼하려면, 상대방 (여기서는 와이프) 이 외도를 했다든가 학대를 했다든가 하는 식으로 어떤 잘못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증거가 있어야 재판을 하므로 하찬호는 그런 잘못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윤희재가 한 말은 정말 맞는 말인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민사/가사소송에서 증거수집이 사실상 의뢰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미드 굿와이프 같은 데서는 로펌에 "조사원"이라는 직책이 있어서 마치 수사관이 수사하듯이 발로 뛰면서 증거도 수집하고 증인도 찾아내고 하지만, 우리나라 로펌에는 그런 직책이 없다. 증거는 일차적으로 의뢰인이 모아야 한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의뢰인이 가장 잘 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의뢰인이 증거도 제일 잘 찾아낸다. 변호사들이 찾아낼 수 있는 증거에는 한계가 있다. 

 

의뢰인이 할 일은, 증거를 모아 갖다 주면서 변호사에게 사실관계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것이다. 변호사가 할 일은, 의뢰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와 건네받은 증거를 종합해서 사실관계를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고, 그 재구성된 사실관계로부터 의뢰인에게 유리한 법리를 뽑아내서 법률에 따른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소송은 의뢰인과 변호사가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합작물이(라고 생각한)다. 둘중 누구 하나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승소를 장담하는 윤희재 변호사.

 

 

 

 

 

"지금까지 송&김 변호사들이 승소를 장담했지만 벌써 소송한지 2년 반이 넘었습니다!!!" 하찬호가 왕짜증을 내고 있음.

 

 

 

 

 

소송하다보면 2년 반 쯤 걸리는 건 예사지만, 윤희재는 고객을 달램.

 

 

 

 

 

전관빨로 소송을 일찍 끝내주겠다고 함.

 

 

 

 

전관예우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있다. 로펌에서 매년 큰 돈 주고 전관을 영입하는 이유가 다 있다.

 

법원에 제출하는 모든 서면에는, 그 사건에 투입된 변호사들이 이 사건에 관여돼있다는 뜻으로 전원 자기 도장을 찍는다. 전관 변호사도 본인이 맡은 사건에는 자기 도장을 찍는다.

그 서면이 법원에 제출되면 판사는 서면을 검토하면서 이 사건에 전관이 관여돼있다는 걸 당연히 알게 된다. 그 전관은 판사의 직속선배였을 수도 있고 평소에 지켜보며 존경해온 분일 수도 있고 예전 상사였을 수도 있다. 그러면 여느 사건을 검토할 때보다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고 한다). - 로펌은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리고, 사건의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는 전관 변호사를 골라 해당 사건에 투입한다. 

특히 전관이 대법관 출신인 경우에는 영향력이 더 클 것이다. 前 대법관인 변호사는 주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상고사건들에만 관여한다. 왜냐하면 대법원에 아직 그 전관 변호사의 동료들이 남아있기 때문. 전관 효과를 바라면서 로펌에 상고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은, 前 대법관이 서면에 도장을 찍어주는 데 따르는 추가비용 (전관이 개입돼있지 않았다면 안 들었을 비용) 을 로펌에 지불한다. 이 비용을 '도장값'이라고 부른다. 전관이 자기 도장을 찍어주는 값이라는 뜻.

어떤 판사들은 법원 안에서의 경력이 쌓일 때까지 일부러 옷을 벗지 않는다. 법원에서 높은 자리까지는 하고 나와야 나중에 변호사계에서 전관으로서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 로펌은 큰 돈을 주고 전관을 영입한다. 영입된 전관은, 판사생활하면서 (로펌 변호사에 비해) 적게 받았던 월급을 뒤늦게 충당한다. 의뢰인은 전관 효과를 받기 위해 로펌에게 추가비용(도장값)을 지불한다. 로펌은 추가로 받은 수임료로 전관에게 지급했던 손실을 메운다.

이런 전관예우에는 분명히 부조리한 면이 있다. 사법시스템의 공정성이 의심 받을 뿐만 아니라 전관 문화에 따르는 비용은 최종적으론 의뢰인이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관이 옷을 벗은 뒤 일정기간 동안은 해당 법원 사건을 맡지 못하게 하는 법률과 같은 정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관 변호사님은 아무 변호사의 부탁이나 들어주지 않음. 에이스 윤희재쯤 돼야 부탁을 들어주심.

 

 

 

 

같은 전관이라도 자기 이름 걸고 제출하는 서면인 만큼 꼼꼼히 사건을 코치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냥 기계적으로 도장만 찍는 분도 있다. 도장기계...  전자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가지고 본인 이름으로 서면을 제출하는 건 전관 변호사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사건을 가려가면서 승소할만한 사건이나 수준 높은 변호사가 부탁하는 사건에만 도장을 찍어주는 경우다.

 

윤희재가 이번에 모신 전관 변호사님은 전자인 것 같네예~

 

 

 

 

하찬호 대표의 이혼사건 재판일이 왔음. 또 서초동 법원임.

 

 

 

 

 

 전관 변호사도 오셨음.

 

 

 

 

드라마 상 양아치에 또라이인 하찬호가 "1심에서 이겼으니 항소심에서도 이겨야 한다"든가, "1심에서 졌으니 항소심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든가" 하는 말 없이 "2년 반이나 지났다!!!"고 하면서 역성 내는 걸 보면 아직 1심 진행 중인 것 같다. 서울에서 이혼과 같은 가사사건은, 1심 관할이 양재동에 있는 가정법원, 2심 관할이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등법원이다. 그래서 하찬호 사건이 아직 1심이라면, 로케이션은 서초동이 아니라 양재동 법원이어야 한다. 

 

다만 2년 반이나 지났다고 하니 항소심 진행 중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는 드라마에서처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게 맞다. 

 

 

 

 

원고 하찬호도 직접 재판에 왔음.

 

 

 

 

하찬호가 말한 것처럼, 원래 재판에는 변호사만 오면 되고 굳이 원고·피고가 나올 필요는 없다. 대부분 의뢰인들은 재판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소송 자체가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싸우는 일이기 때문에 송사에 걸린 당사자는 평소에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안그래도 스트레스 상황인데, 안와도 되는 재판에까지 굳이 와서 상대방 변호사를 (운 없으면 상대방 당사자까지) 눈 앞에서 직접 보고 싶어 하진 않는다. 

 

그래서 대체로는 재판은 변호사에게 맡겨두고, 재판이 끝나면 변호사의 서면 보고를 받거나 아니면 변호사와 직접 통화해서 재판 현장을 설명 듣는다. 상대방 쪽을 직접 보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변호사를 쓰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하찬호가 온 이유는 와이프가 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서.

 

 

 

 

그런 의미에서 하찬호는 대단한 놈이다. 보통 사람들은 선고일까지 이길지 질지 조마조마해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이놈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게다가 어찌나 원수를 졌는지 와이프가 무너지는 모습을 꼭 두 눈으로 보려고 일부러 재판에까지 왔다.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분...

 

 

윤희재: "또라이야 또라이~~" (맨 오른쪽 전석호의 굳은 표정 ㅋㅋ)

 

 

 

 

 

사실 윤희재는 마석구로부터 한마디 들어도 할말 없다. 고객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 자리에서 또라이 표시했다가 들키면 끝장...

 

 

 

 

 

 

이제 피고와 피고 변호사도 들어왔고, 곧 이혼재판이 시작된다. 

 

 

 

 

김혜수는 언제 제대로 나와요?

다음 편에는 꼭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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